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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ITALIA(14)] 피렌체Firenze II

보보스진 2006. 1. 23. 15:08

붉은 지붕들이 인상적인 피렌체의 스카이라인. 역시 두오모의 돔이 다른 모든 건물들을 압도합니다.

 

이탈리아에 가기 전부터 이 도시는 너무나 많은 기대를 갖게 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피렌체에 도착했을 때, 예상보다 번잡한 도시의 모습에 다소 당황했었죠. 아주 조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도 꽤 많고 특히 이륜차들이 많았으며 좁은 도로에는 가로수도 없어 다소 삭막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예약한 호텔까지 가는 도중에 두오모를 마주치게 되면서 그런 첫인상은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피렌체를 이야기하면서 두오모를 빠트릴 수 없고, 너무나 유명한 건축물이지만, 실제로 보았을 때의 그 놀라움과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식 이름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꽃의 성모)인 이 교회는 유럽에서 네번째의 규모를 자랑하는 큰 성당이지만 거대하거나 웅장하다는 느낌보다는 이름 그대로 화사하며 너무나 아름답다는 느낌을 줍니다. 흰색과 분홍색, 녹색 대리석으로 상감한 마감은 이 거대한 건물에 가벼움과 우아함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두오모의 파사드. 조각과 대리석 상감, 모자이크로 장식된 이 아름다운 정면은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성당의 건축은 13세기 말에 시작되었지만 그 유명한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의 돔은 1463년에야 완성되었습니다.

 

피렌체 어디서나 보이는 대성당의 거대한 쿠폴라와 파사드, 그리고 종탑. 팔각형의 드럼 위에 올라간 약간 길쭉한 형태의 돔은 그전까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서야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45미터 넓이의 큰 공간을 덮는 이 구조물은 안쪽 돔과 바깥쪽 돔의 이중으로 서로를 지지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기념비적 구조물이 완성되고 랜턴 위에 십자가가 달린 6미터 크기의 황금색 청동구까지 올려졌을 때 피렌체인들이 얼마나 자부심에 넘쳤을지 능히 짐작이 갑니다.

 

두오모의 내부는 화사한 외부에 비해 약간 썰렁할 정도로 장식이 없습니다. 쿠폴라 안쪽에만 조르지오 바사리Giorgio Vasari가 그린 ‘최후의 심판 프레스코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수수한 고딕 양식이죠. 다만 바닥 만큼은 여러 색깔의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습니다.

 

피사의 경우처럼 피렌체 대성당도 성당과 종탑, 그리고 세례당이 한 세트를 이룹니다. 흰색과 녹색 대리석의 팔각형 세례당이 그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4세기경에 만들어졌습니다. 이름이 산 지오반니San Giovanni인 세례당은 초기 르네상스의 유명한 조각가이자 금세공사인 로렌초 기베르티Lorenzo Ghiberti가 거의 50년 가까이 바쳐 제작한 두 개의 문들로 특히 유명하지만 천장의 13세기 모자이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세례당 천장의 모자이크는 비잔틴 식으로 금빛 바탕에 최후의 심판 내용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동심원을 이룬 층에는 천사들과 성서의 장면들, 그리고 맨 아래에 악마와 지옥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원에 둘러싸인 거대한(8미터) 그리스도의 모습입니다(아래).

 

두오모의 조각들과 세례당의 문들은 사실 진품이 아닙니다. 귀중한 유물들의 보존 문제 때문에 현재 보는 것들은 정교한 복제품들입니다. 진품은 두오모의 서쩍 맞은편에 있는 무제오 델로페라 델 두오모Museo dell’Opera del Duomo(두오모 박물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성당에서 한가지 아쉬운 것은 그 앞의 광장이 너무 좁다는 것입니다(두오모를 찍은 사진들이 왜곡되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만약 로마의 산 피에트로처럼 넓은 광장이 시원스럽게 앞에 있었다면 건물도 훨씬 웅장해 보이고 감상하기도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두오모와 세례당 사이로 나있는 큰 길, 비아 데이 칼차이우올리Via dei Calzaiuoli를 따라 내려오면 피렌체 시정의 중심인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를 만나게 됩니다.

 

시뇨리아 광장의 전경. 높은 종탑을 가진 요새 같은 건물이 팔라초 베키오Palazzo Vecchio로, 피렌체 시청입니다. 이 앞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가 있지만 역시 진품은 아닙니다. 그 앞에는 넵튠 분수(Fontana di Neptuno)가 보이고 오른쪽의 아치 세 개 있는 회랑이 로지아 데이 란치Loggia dei Lanzi입니다. 이 회랑에는 첼리니의 ‘페르세우스’, 지암볼로냐의 ‘사빈 여인의 강탈’ 같은 유명한 조각품들이 있습니다.

 

팔라초 베키오 1층의 가장 큰 방인 살라 데이 친퀘첸토Sala dei Cinquecento. 피렌체 의회의 회의실이었던 이 방을 위해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는 각각 카시나 전투와 안기아리 전투를 준비했지만 모두 완성되지 못했고 이 방의 장식은 대부분 바사리가 완성했습니다.

 

시의 동쪽에 있는 산타 크로체Santa Croce는 피렌체의 판테온이라고 할 만한 곳으로 미켈란젤로, 갈릴레오, 마키아벨리 같은 피렌체의 유명인사들의 무덤이 있는 곳입니다. 13세기 말에 지어지기 시작한 이 프란체스코회 교회는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교회 앞의 산타 크로체 광장은 여러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산타 크로체는 특히 부속된 여러 예배당들로 유명한데 조토Giotto의 프레스코들이 있는 카펠라 바르디Capella Bardi와 카펠라 페루치Capella Peruzzi, 그리고 브루넬레스키의 설계로 유명한 카펠라 데이 파치Capella dei Pazzi 등이 있습니다.

 

흰색 회벽과 짙은 회색의 피에트라 세레나Pietra Serena로 만들어진 벽기둥, 돌림띠들이 대조를 이루는 파치 예배당은 르네상스식 비례의 원칙을 따라 장식되었습니다. 사진은 돔의 내부 모습인데 천장화 없이 부채살 모양으로 뻗은 기하학적 형태가 단순하면서도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돔과 아치가 만나 이루는 삼각형 펜던티브를 장식하고 있는 테라코타 장식은 루카 델라 로비아Luca della Robbia의 작품입니다.

 

브루넬레스키는 또한 아르노 강 남쪽에 산토 스피리토Santo Spirito라는 걸작을 남겼습니다. 현재는 밋밋한 회벽으로만 칠해 있는 이 교회의 파사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르네상스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내부가 특히 아름다운 교회입니다. 파치 예배당을 지배하는 고요함과 비례의 미가 여기서도 흐름을 발견할 수 있는데, 네이브의 천장을 덮은 팔각형 소란반자는 거기에 꽃과 같은 화사함을 더해줍니다(아래).

 

메디치가의 교회인 산 로렌초San Lorenzo의 정면은 미완성 상태입니다. 원래 미켈란젤로가 정면을 설계하려고 했지만 그것은 실현되지 못했죠. 하지만 교회와 메디치가의 예배당과 영묘(카펠라 데이 프린치피Capella dei Principi)가 있는 카펠라 메디체아Capella Medicea, 도서관인 비블리오테카 메디체오-라우렌치아나Biblioteca Mediceo-Laurenziana, 그리고 회랑이 딸린 정원 등이 있는 이 복합 건물의 내부는 매우 화려합니다.

 

미완성인 파사드와 두오모의 것과 유사한 거대한 돔을 가진 산 로렌초의 외관. 교회 앞의 좌상은 제1대 토스카나 대공 코시모 1세 메디치의 아버지인 지오반니 델레 반데 네레Giovanni delle Bande Nere의 것입니다.

 

돔 아래의 팔각형 공간이 카펠라 데이 프린치피인데 온갖 색깔의 대리석과 준보석들로 상감세공된 화려한 내부는 가히 압도적입니다. 이탈리아에서 대리석으로 바른 벽이라면 물릴 정도로 보았지만 이토록 현란한 곳은 다시 없었죠. 벽감마다 대공들의 무덤이 있고 그 위에는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메디치 문장이 있습니다. 공 모양 장식이 들어간 것이 메디치 문장의 특징인데 그 수는 일정치 않아서 여기 보이는 것처럼 여섯 개일 때도 있고 여덟개, 혹은 일곱이나 다섯일 때도 있습니다.

 

카펠라 메디체아에서는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작품들이 있는 신 성구실(Sagrestia Nuova)가 유명합니다. 이 르네상스식 방에는 메디치 공작들인 네무르 공 줄리아노와 우르비노 공 로렌초의 무덤이 있습니다. 각 무덤들은 무덤 주인의 좌상과 그 발치에 하루의 시간을 의인화한 인물상들이 각각 둘씩 누워 있는 형태로 되어 있죠. 사진에서 보시는 것은 로렌초의 무덤으로 그 아래의 인물들은 황혼, 그리고 새벽입니다. 이 조각들과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줄리아노(미술실에서 흔히 보는 석고상 ‘줄리앙’은 이 조각의 머리 부분을 복제한 것입니다)와 로렌초의 얼굴은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지만 원래 별로 미남이 아니었던 실제 인물들과는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이것을 지적하면서 불평하자 미켈란젤로는 어차피 세월이 지나면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모를 텐데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는군요.

 

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Santa Maria Novella는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가 설계한 아주 인상적인 파사드를 갖고 있습니다. 이 교회가 특히 유명한 것은 르네상스를 연 화가 중 한 명인 마사치오Masaccio의 삼위일체 프레스코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의 벽감 같은 효과를 내는 이 그림은 투시 원근법을 회화에 도입함으로써 근대 회화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피렌체에는 이 외에도 일급 조각가들의 성인상들이 벽감마다 들어간 인상적인 외관을 가진 오르 산 미켈레Or San Michele, 마사치오의 프레스코들이 있는 브란카치 예배당(Capella Brancacci)으로 유명한 오니산티Ognissanti,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의 고풍스럽지만 아름다운 프레스코들로 장식된 산 마르코 수도원(Convento di San Marco), 피렌체에 드문 바로크식 내부를 갖고 있는 산티시마 아눈치아타Santissima Anunziata등 많은 교회들이 있습니다. 다음 번에는 박물관과 궁전들 등을 구경하도록 하죠.


 
출처 : 블로그 > L'Archivio | 글쓴이 : SooYoung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