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가을입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네요. 덕분에 우리 블로그 바깥주인은 코감기가 10일 이상 지속되고 있답니다.
한동안 블로그에 소홀하면서 많은 분들이 우려 반, 걱정 반을 하시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 한 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네요. 이 자리를 빌어 저희 블로그를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은 오늘 오후부터 추석의 연휴가 시작되고, 고향을 찾는 많은 분들로 도로가 많이 혼잡하겠네요. 우리 블로그 바깥주인은 고향이 서울(순수 서울 토박이입니다)이라 명절이 되어도 '귀경길 혼잡'이라는 단어에 생소하답니다. 사실 고생이 되어도 몇 시간에 걸쳐 고향에 내려가는 설레임은 체험하기 어렵지만...
오늘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인 추석에 대해 소개할까 합니다.
중국에서는 추석(음력 8월 15일)을 "쭝치우지에(中秋節 - 중추절. 때로는 仲秋節이라고도 하지요)"라고 부르고, 혹은 "투안위엔지에(團圓節 - 단원절)"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쭝치우지에(中秋節 - 중추절)"의 유래를 살펴보면, 중국의 고대 제왕은 가을에 달(月)을 향해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이러한 풍습이 민간에 널리 퍼지고, 당대(唐代)에 와서 고정된 명절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후 명청(明淸)시기에 와서는 “위엔딴(元旦 - 설날)”과 더불어 가장 큰 명절이 되었다고 합니다.
"쭝치우지에(中秋節 - 중추절)"에는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또다른 고사(故事)가 있답니다.
“창어뻔위에(嫦娥奔月)”라는 고사로, 아주 오랜 옛날 하늘에는 열 개의 태양이 있어 땅이 갈라지고 바닷물이 말라 생명체가 사라질 위기에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한 나라의 군주인 后羿이라는 사람이 곤륜산(昆侖山)에 올라 뛰어난 활솜씨로 9개의 태양을 맞추어 떨어뜨려 세상은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이후에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后羿에게는 嫦娥라는 아름답고 어진 부인이 있었는데, 后羿이 뛰어난 활솜씨로 세상을 구하고부터 많은 사람들이 따르다보니, 부인에게는 점점 더 소홀해 졌답니다. 어느 날 后羿은 곤륜산(昆侖山)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서왕모(西王母)라는 여신(女神)을 만났고, 서왕모(西王母)에게서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신약(神藥)을 얻었다고 합니다.
后羿은 신약(神藥)을 아내인 嫦娥에게 전해주고, 또다시 제자(弟子)들을 가르치러 나갔습니다. 이때 외로움을 느낀 嫦娥는 신약(神藥)을 절반만 먹었는데 효험이 없자 나머지 절반을 먹었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효험을 발휘하여 嫦娥는 신(神)이 되어 달(月)나라로 가게 되었답니다.
집으로 돌아온 后羿은 신약(神藥)을 먹고 이미 신(神)이 되어 달(月)로 가버린 아내를 애타게 찾고 후회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답니다. 신선(神仙)이 되어버린 嫦娥 역시 남편의 사랑을 알고 뒤늦게 후회를 하였지만, 인간세상으로 돌아오기에는 이미 늦었답니다.
그날따라 달이 유독 밝은 것을 발견한 后羿은 嫦娥가 좋아하던 집의 뒤뜰에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차려 놓고 달(月)에 있는 嫦娥에게 제(祭)를 지냈다고 합니다.
정말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네요...ㅎㅎ
현재 중국에서도 "쭝치우지에(中秋節 - 추석)"는 설날 다음으로 큰 전통명절입니다. 하지만 법정 공휴일은 아니랍니다. 단지 가족들이 모여(중국에서는 團圓이라고 하지요) 함께 식사를 하고, 월병(月餠)을 먹는 역사 속의 명절의 의미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쭝치우지에(中秋節 - 추석)"가 되면 중국에서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위에빙(月餠 - 월병. 동그랗고 다양한 속이 들어있는 빵, 만주빵과 비슷합니다)"이지요.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상점마다 예쁘게 포장된 다양한 월병을 판매하지요. 가격은 몇 십 위안에서 몇 천 위안까지 다양하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포장지 값이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그다지 실용적이지 못하답니다. 단지 주변의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니 만큼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답니다. 때로는 이 월병(月餠)이 중요한 뇌물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요...ㅎㅎ
월병(月餠)의 유래를 살펴보면, 원(元)나라 시기에 몽고인(蒙古人)들의 한족(漢族)에 대한 통치가 엄격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남(江南)지역의 한족(漢族)에 대한 통치는 더욱 심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학대가 심해지자 한족(漢族)들의 반발이 거세지기 시작했고, 주원장(朱元璋)이 참가한 홍건(紅巾)의 난(亂)이 발발합니다.
주원장(朱元璋 - 明나라 1대 황제)은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고, 이후 8월 15일에 대대적인 반원(反元)운동을 하기로 계획을 도모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외부로 누출될 것을 염려하여 주원장(朱元璋)은 사람을 시켜 많은 둥근 빵(月餠)을 만들어 그 속에 반원(反元) 계획을 넣고 삼엄한 원(元)나라 군대의 검문을 뚫고 무사히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었고, 결국 반원(反元)운동은 성공하여 명(明)나라가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이로 인해 월병(月餠)은 민간으로 전파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월병은 속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보통 소금에 절인 계란 노른자, 백련(白蓮 - 흰 연밥), 홍련(紅蓮 - 붉은 연밥), 팥, 밤, 대추, 무화과(無花果), 오인(五仁 - 다섯 가지 견과류) 등 다양한 소가 들어갑니다.
최근 월병(月餠)을 만드는 회사는 무수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오리구이로 유명한 “취엔쮜더(全聚德 - 북경 오리구이의 원조집이라 할 수 있겠네요)”에서도 월병(月餠)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이미 100 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을 자랑하는 월병(月餠)을 판매하는 회사가 있는데, 바로 “따오시앙춘(稻香村 - 도향촌)”이라는 상표의 월병(月餠)으로 가격도 만만치 않게 비싸답니다.
이렇게 월병(月餠)을 한 철 장사라고 해도 너도나도 달려들어 만드는 것을 보니 이윤이 많이 남는 장사인가 봅니다... ㅎㅎ
그 유명한 “따오시앙춘(稻香村 - 도향촌)” 의 월병(月餠)입니다.
오른쪽을 자세히 보시면 “바이리엔 슈왕황(白蓮双黃)” 이라고 쓰여 있네요. 이것은 속으로 흰 연밥과 두 개의 절인 계란 노른자가 들어간 것입니다.
월병(月餠)을 반으로 쪼개놓은 모습.
맛은 한국의 만주빵과 비슷하답니다. 우리 블로그 안주인은 월병(月餠)을 무척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너무 달아 많이는 먹지 못하지요.
참고로 예전에 중국에서 유학하신 한 분이 계셨는데, 이분이 월병(月餠)을 드시고 남은 것을 상온에 내놓고 까맣게 잊고 계셨답니다. 약 한 달 후에야 비로소 남은 월병이 있음을 생각하고 월병(月餠)을 보았는데, 글쎄 겉과 속이 전혀 문제없이 구입할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있었답니다. 아마도 방부제의 공헌이 지대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하~~
중국은 추석이 법정 공휴일이 아니라 그리 크게 설레이지는 않지만, 한국은 이미 연휴가 시작되었네요. 고향으로 내려가시는 분들 건강히 잘 다녀오시고, 즐거운 추석이 되시길 먼 곳에서나마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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