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鐵)의 여인” 같은 우롱차 - 철관음(鐵觀音)
한 동안 추웠지만 눈이 부실 정도로 맑았던 북경 하늘은 최근 무슨 답답한 일이라도 있는지 뿌연 안개만 낮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창문 너머로 먼 곳을 바라보면, 뿌연 안개 사이로 왠지 모를 적막감이 느껴지는 날입니다. 이렇게 바람도 하나 없이 흐린 날에는 그 동안의 좋지 않았던 공기들이 흩어지지 않고 남아 있어, 가슴을 짓누를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흐린 날씨에 민감한 블로그 안주인은 하루 종일 목이 건조하고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날은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그냥 물도 좋지만, 은은한 향기를 머금은 따뜻한 중국차(中國茶) 한 잔도 좋을 듯싶어, 블로그 바깥주인은 知人에게서 선물로 받은 “즈샤후(紫砂壺 - 붉은 빛의 모래 진흙으로 만든 차 주전자)”에 안주인이 좋아하는 철관음(鐵觀音) 차를 담아 우려내어 함께 마셨습니다. 향긋하고 은은한 난초 향을 뿜어내는 철관음(鐵觀音) 차를 처음 마셔본 사람은 그 향기에 먼저 취하게 됩니다.
오늘은 예전에 소개해 드렸던 완전 발효차인 “푸얼차(보이차 ← 클릭하세요)”에 이어, 반(半) 발효차인 “우롱차(烏龍茶 - 오룡차)”의 일종인 “티에꽌인(鐵觀音 - 철관음)”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중국차(中國茶)에 대해 그다지 정통(精通)하지 못한 우리 블로그 부부는 그저 부담 없이 마시기에 좋고, 향기가 그윽한 차를 선호합니다. 물론 가격 면에서도 부담이 없어야겠지요.
한때는 녹차(綠茶)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롱징차(龍井茶 - 중국 항주 근처의 용정마을에서 생산되는 녹차)”를 즐겨 마시다가, 어느 날 친구가 선물로 주었던 철관음(鐵觀音)의 향기에 취해 최근에는 철관음(鐵觀音)을 즐겨 마신답니다.
철관음(鐵觀音)은 중국 남방의 복건성(福建省) 안계(安溪) 마을에서 생산되고 제작된 것을 최고로 쳐준답니다. 물론 철관음(鐵觀音)을 처음 생산하기 시작한 곳도 바로 이 곳이지요. 벌써 200 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철관음(鐵觀音)은 단순한 기호 식품의 가치를 넘어 어느 정도 약리적인 효능을 인정받고 있기도 합니다. 항암 작용, 노화 예방, 당뇨 예방, 동맥경화 예방, 숙취 제거, 니코틴 제거, 신진대사 촉진, 충치 예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의 저명한 현대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루쉰(魯迅 - 노신)”은 “마실 수 있는 좋은 차(茶)가 있고, 좋은 차(茶)를 마실 줄 아는 것도 유유자적함을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행복(淸福)이다”라고 극찬한 적이 있답니다. 여기서 좋은 차(茶)란, 고가(高價)의 화려한 차(茶)가 아니라, 차를 마시며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철관음(鐵觀音)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차 잎의 모양새가 상당히 이채롭답니다. 철(鐵)이라는 명칭은 차 잎이 “쇠처럼 묵직하다”는 데에서 유래하였고, 관음(觀音)은 차 잎의 형태와 색깔이 아름다워 마치 “인자하고 우아한 관음보살”을 연상시키는 데에서 이렇게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보다 더 흥미로운 전설이 “철관음(鐵觀音)”이라는 이름을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있답니다. 그 이야기를 한 번 들어 보시겠어요?
옛날, 복건성(福建省) 안계(安溪) 마을에 좋은 차(茶)를 잘 만드는 농사꾼이 있었답니다. 이 농사꾼은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도록 10년 동안 아침, 저녁으로 관음보살에게 차를 공양하고 기원하였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농사꾼은 일찍 잠에 들었고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꿈속에서 농사꾼은 관음보살이 안내하는 방향을 따라 가다, 높은 절벽 아래에서 난초 향기를 내뿜는 차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다음날 잠에서 깬 농사꾼은 꿈속에서 보았던 길을 따라 절벽 아래까지 오게 되었답니다. 위를 올려다보니, 과연 한 그루의 차나무가 있더랍니다. 절벽을 타고 올라가 그 나무의 새싹을 캐어 가지고 돌아와 자신의 차밭에 다시 심었답니다. 그리고 정성을 들여 잘 보살폈답니다.
잘 자란 차 잎을 뜯어 가공을 하여 마셔보니, 그 맛과 향이 천하일품 이더랍니다. 농사꾼은 이 차(茶)야말로 “차즈왕(茶之王 - 차의 왕)”이라고 생각하며, 그 차 잎의 모양새와 현몽(現夢)의 의미를 재해석하여 “철관음(鐵觀音)”, "관음왕(觀音王)"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차 잎 하나에도 이렇게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네요. 그러고 보니, 한국의 산삼(山蔘) 전설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정성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하늘도 감동한다는 철학적인 내용이 차(茶)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자~ 이름처럼 향기로운 철관음(鐵觀音) 향기를 따라 저희와 함께 사진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마리엔따오(馬連道)” 차 시장에 있는 어느 철관음(鐵觀音) 가게의 내부 전경.
사실 저희 블로그 부부가 자주 이용하는 단골집이랍니다. 다양하게 생긴 원목들로 차(茶)탁자와 의자들을 구비해 놓았네요.
역시 통나무 원목으로 구성된 차(茶) 탁자와 의자.
통나무라 그런지 보기에도 상당히 무거울 것 같습니다.
우려내기 전의 철관음(鐵觀音).
에구구~ 실수로 초점이 뒤로 맞았네요. 많은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철관음(鐵觀音)은 녹차(綠茶)와 홍차(紅茶) 중간 정도의 발효차인 우롱차(烏龍茶)의 한 종류입니다. 어쩌면 우롱차(烏龍茶)하면 철관음(鐵觀音), 철관음(鐵觀音)하면 우롱차(烏龍茶)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철관음은 우롱차의 대표주자 랍니다.
가까이서 본 철관음(鐵觀音).
그 제작과정은 대체로 말리고, 볶고, 찌고, 굽고, 식히고 등을 반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답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둘둘 말린 차 잎의 모양은 마치 잠자리의 머리와 비슷하답니다.
철관음(鐵觀音)은 다른 차(茶)와 마찬가지로,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우려 마시는 데에도 상당한 정성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중국에서 다도(茶道)는 “꽁푸차(功夫茶 - 여기에서 功夫는 상당한 노력을 의미하는 말로, 정성을 들여 마시는 차 정도로 해석이 될 수 있답니다)”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철관음(鐵觀音) 역시 “꽁푸(功夫 - 정성, 노력)”를 들여 마신다면 몸은 물론 마음까지 차분해 지는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답니다.
차 주전자에 적당량의 철관음(鐵觀音)을 넣은 후, 끓는 물을 부은 다음 한 번 헹구어 냅니다. 그리고 다시 뜨거운 물을 붓고, 1-2 분이 지난 후 작은 찻잔에 조금씩 따릅니다. 차를 마실 때에는 홀짝 원 샷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그 향기를 맡으며 조금씩 음미하며 마시면 됩니다.
이렇게 철관음(鐵觀音)의 향기에 취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많이 마시게 된 찻물이 화장실을 재촉하게 되고, 슬슬 시장기를 느끼게 된답니다. 그래서 차를 마시기 전에는 반드시 적당하게 배를 채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쓰린 속을 움켜쥐게 되지요.
사진 속에서 철관음(鐵觀音) “꽁푸차(功夫茶)”를 시범 보이는 친구는 전에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 북경 “마리엔따오(馬連道 ← 클릭하세요)” 차 시장에서 철관음(鐵觀音)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의 고향이 바로 철관음(鐵觀音)의 원산지인 안계(安溪) 마을이라고 하네요. 그 곳에도 상당히 넓은 차밭을 가지고 있고, 생산된 차를 직접 북경으로 가져와서 직매(直賣)를 한다고 합니다. 차를 많이 마신 탓인지, 몸이 너무 마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밝은 미소와 정직한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드는 친구입니다. 우리 블로그 부부는 주로 이 친구의 가게에서 철관음(鐵觀音)을 구입한답니다.
우려내고 난 후의 철관음(鐵觀音).
사실 사진에서는 그다지 파랗지 않지만, 눈으로 직접 보면 짙은 청록색을 띠고 있답니다.
철관음(鐵觀音)은 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네 종류의 이름과 등급으로 나뉜답니다.
먼저, “츈차(春茶 - 봄 차)”는 24 절기의 곡우(穀雨)에서 입하(立夏)가 되기 전까지의 기간(4월 중하순 - 5월 상순)에 채집한 차 잎을 말합니다.
둘째는, “시아차(夏茶 - 초여름 차)”는 하지(夏至)에서 소서(小暑)까지의 기간(6월 중하순 - 7월 상순)동안에 채집한 차 잎을 말합니다.
셋째는, “슈차(暑茶 - 한여름 차)”는 입추(立秋)에서 처서(處暑)까지의 기간(8월 상순 - 8월 하순)에 채집한 차 잎을 말하지요.
끝으로, “치우차(秋茶 - 가을 차)”는 추분(秋分)에서 한로(寒露)까지의 기간(9월 하순 - 10월 상순)에 채집한 차 잎을 말합니다.
이 중에서 춘차(春茶)의 생산량이 가장 많고 품질도 뛰어나지만, 사실 향기는 추차(秋茶)가 가장 뛰어나답니다. 그래서 "추향(秋香 - 가을의 향기)"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가 되었고, 부드러운 향과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추차(秋茶)를 철관음의 으뜸으로 쳐준답니다. 하지만 추차(秋茶)는 우려내었을 때 차의 농도가 옅어, 혹 진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춘차(春茶)가 더 입에 맞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막 우려낸 철관음(鐵觀音).
눈으로 보기에도 색깔의 차이가 납니다. 막 우려내고 난 차(茶)의 뚜껑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면, 그 향기에 정말 정신이 맑아질 정도로 향긋한 향기가 납니다.
가격이 각각 다른 세 종류의 철관음(鐵觀音)을 시음해 보았습니다.
철관음(鐵觀音)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으로는 차 잎의 모양과 색깔, 향기 그리고 맛 등이 있다고 합니다.
차 잎의 색깔은 반(半) 발효차(醱酵茶)의 특성에 맞게 잎의 테두리가 발효되어 약간의 갈색을 띤다고 합니다. 가운데 부분은 선명하고 진한 녹색을 띠어야 하며, 윤기가 흐르고 표면에 서리가 낀 듯한 흰색이 약간 도는 것이 상품(上品)이라고 하네요.
모양은 차 잎을 우려내었을 때 꺾이거나 찢어진 흔적이 남아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향기와 맛으로 말한다면, 사실 개인적인 차가 심해서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블로그 부부는 한 근(500g)에 300위안(39,000원) 이상의 값이 나가는 차(茶)보다 200위안(24,000원) 정도의 차(茶)가 가장 입에 맞는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블로그 안주인이 차(茶)가게 주인을 대신하여 차(茶) 우려내는 시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긴장해서 그런지 온몸에 힘이 들어간 듯 하네요. 하하~
“즈샤(紫砂 - 붉은 빛의 모래 진흙)”로 만든 각종 “띠아오쑤(雕塑 - 조각 예술품)”입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하~ 차(茶)를 우려내고 남은 물을 붓거나, 이렇게 붓칠을 해주면 겉이 더욱 광택이 납니다. 한마디로 차(茶)를 즐기면서 눈도 즐겁게 해주는 관상용 이지요.
“마리엔따오(馬連道)” 차 시장에서 차(茶)를 구입하면 사진에서 보이는 진공 포장기로 깔끔하게 포장을 해 줍니다. 진공 포장을 하면 아무래도 보존 기일이 늘어나겠지요.
전에 소개시켜 드린 적이 있는 보이차(普洱茶)는 수장용품(收藏用品)으로 오래되면 될수록 맛과 가격이 비싸지지만, 철관음(鐵觀音)은 구입하신 뒤로 가급적 빨리 드셔야 원래의 좋은 맛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오늘도 북경 날씨는 잔뜩 찌푸려 있습니다. 차라리 눈이나 내렸으면...
오늘은 집에서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향긋한 철관음(鐵觀音) 한 잔과 함께 내일을 설계해야 할까 봅니다. 여러분도 따뜻한 차(茶) 한 잔과 함께 창밖을 바라보며 분위기를 한 번 잡아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이상은 중국에서 cass의 제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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