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어린이날인데,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에게 직접 선택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가족회의 끝에 산행으로 결정이 나서 북한산에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오르니 참으로 좋았습니다. 5월의 신록은 햇빛을 받아 싱그러움을 더하고 있었고, 계곡물소리 또한 맑고 시원했습니다. 새소리, 바람소리에 마음의 때가 벗겨지는 느낌이었습니다.
▲ 북한산 원효봉 정상에 올라 사진 한장 찰칵!
▲ 부디 우리 아이들이 산처럼 푸르고 넉넉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 산행을 끝내고 내려오면서 계곡에서 잠시 휴식하며 1급수의 물맛을 확인했다. 우리 아이들이 이 물처럼 맑고 깨끗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 언제나 아버지처럼 늘 서있는 그 자리에서 우리를 말없이 보듬어 주는 크고 푸른 산~
아이들은(13세와 11세) 다람쥐처럼, 또는 산토끼처럼 산을 잘도 타는데, 저와 아내는 땀을 뻘뻘 흘리며 간신히 올랐습니다. 우리들도 아이들처럼 가볍게 산을 오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째서 나이를 먹을수록 산에 오르는 속도가 점점 무디어져만 갈까요? 동심을 잃어버려서 그런 것은 아닐까? 욕심을 비우지 못해 그런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계곡물에 발도 담가보는 등 즐거운 산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큰 아이가 어제 담임선생님께 받은 어린이날 축하선물이라며 자랑처럼 약 봉투 하나를 쑥 내놓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언뜻 보아 모양도 그렇고 크기도 그렇고, 글씨도 그렇고, 일반 약국에서 쓰는 약 봉투 같아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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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이 직접 조제하여 선물로 나누어 준'따뜻한 마음을 지니는 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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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울 김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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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봉투의 앞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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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울 김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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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웬 약을 주셨을까’ 궁금해 하면서, 자세히 보니 약국용 약 봉투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이 직접 만든 봉투로 보였습니다. ‘1일 3회 2일분…’ 등은 일반 약국용 봉투와 같았으나, ‘복용 시 참고사항’은 달랐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알약은 녹여 드시고, 딱딱한 알약은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녹여 드시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약 이름도 ‘따뜻한 마음을 지니는 약’이었습니다. 약국 이름 또한 ‘따♡끈♡한♡반♡약♡국’이었습니다. 정말 선생님의 따끈따끈한 마음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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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봉투의 뒷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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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울 김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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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봉투의 뒷면을 보고는, 저절로 웃음이 배어나왔습니다.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 일반적 주의
- 드물게 약 효과를 보지 못 거두시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조제하는 사람의 사랑과 정성을 믿지 못할 시에는 약효가 없습니다.
- 복용자의 눈에서 눈물이 나거나 가슴이 찡한 증세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잠자리에 복용했을 시에는 꼭 이를 닦고 주무십시오.
* 사용기간 : 조제 후 1주일 이내(조제하는 약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 사용상의 주의 사항 ☆
* 다음의 환자에게는 투여하지 마십시오.
- 이 약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사람
* 부작용
- 스승을 존경하지 않은 이에게 약을 조제하는 경우에는 혈압이 올라가거나 목소리가 커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생길 수 있습니다.
- 너무 단 약만을 조제할 시, 치아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 이 약은 어린이의 손이 닿는 곳에 안심하고 두셔도 됩니다.
재미있게 주의사항을 읽다보니, 정말 무슨 약일까 더욱 궁금하여 약을 꺼내보았습니다.
약은 봉투 앞면의 설명처럼, 1일 3회 2일 먹을 수 있도록 6개로 조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약 하나 하나마다 설명서가 붙어있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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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 :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는 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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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울 김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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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2 : 효자가 되는 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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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울 김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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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3 : 자신감이 생기는 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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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울 김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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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4 : 자기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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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울 김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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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5 : 친구를 돕고 사랑하게 되는 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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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울 김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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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6 : 끝까지 최선을 다하게 되는 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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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울 김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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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의 정체는 알약으로, 어린이용 비타민으로 보였습니다. 정말 신선하고 놀라운 선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깜찍한 생각을 다 하셨을까? 또한 언제 일일이 이것을 준비하고 만드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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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약의 정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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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울 김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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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선생님의 놀라운 센스에 감동을 받아, “너희 선생님, 정말대단하신 분이다! 네가 복이 많아 좋은 선생님을 만났구나! 앞으로 선생님 말씀 잘 듣거라.”
“아빠,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그 속에 편지도 있어요.”
정말 약 봉투 속에는 예쁜 꽃 편지지에 깨알 같은 선생님의 마음이 적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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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나의 제자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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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듬뿍 담긴 선생님의 편지 |
ⓒ리울 김형태 |
우리가 6학년 6반으로 한 배를 탄지도 벌써 두 달이 넘어가는구나.
지금까지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해준 너희들에게 고맙다.
앞으로도 남은 기간 모두들 즐겁고, 성실히 그리고 추억에 남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선물을 준비했어.
모두 자신의 삶속에서 희망과 자신감을 잃지 않고 생활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께 생활하는 공간속에서 배려와 양보도 잊지 말길….
어린이날을 맞아, 담임선생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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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말에 의하면, 어제 종례할 때 선생님께서 어린이날 선물을 주신다고 하여 ‘와!’ 하며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물로 약을 준다고 하니, 갑자기 아이들이 표정이 밝음에서 흐림을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약을 받아보고는 감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참신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도 놀랍고, 그 아이디어를 몸소 실천하는 사랑과 정성에 거듭 놀라고…. 일일이 봉투를 만들고, 정말 약국의 약사가 약을 조제하듯이 반 41명 모두에게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가며 약을 넣고 이름을 써넣어가며 몇날며칠 씨름했을 정말 특별하고 뜻 깊은 어린이날 선물! 이보다 더 큰 어린이날 선물이 또 있을까?
어제 우리 아이 일기장에는 “방정환 선생님 닮은 담임선생님의 뜻을 새기며, 나도 이다음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우리나라를 크게 빛내는 인물이 되겠다.”고 맺고 있었습니다.
작년 5학년 때 선생님은 친절하게도 준비물을 일일이 문자메시지로 보내주셔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시더니, 이번 6학년 선생님은 사랑의 약으로 완전히 감동을 시키는군요.
듣자니, 어느 고교의 선생님은 지난 3월 토요일에 하루 작정하고 날을 잡아, 반 아이들과 교실에서 이야기꽃도 피우고 고민도 나누고 노래도 하고 게임도 하며 정말 알차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고 하더군요. 담임선생님의 깜짝 파티 덕분에 아이들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로 받았다고 하더군요.
반 아이들의 이름을 미리 외우며 맞이하는 선생님, 아이들의 생일을 챙겨주시는 선생님, 학생의 날에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겨주시는 선생님, 박봉을 털어 장학금으로 내놓는 선생님들이 아직은 찾아보면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이렇게 친히 그림자처럼 낮아지는 선생님들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이와 학부모를 감동시키는 선생님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교육은 희망의 꽃을 피울 것입니다.
누리꾼 여러분도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선물, 또는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으면 댓글로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